'이달의 과학기술자상' 4월 수상자 고려대 안지훈 교수...기온 변화를 감지하는 식물의 온도계 단백질 규명하여 기후변화 영향평가 및 육종소재 개발 기여
생명과학 미래창조과학부 (2014-04-0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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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문기)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정민근)은 식물에서 기온 변화를 감지하는 온도계 단백질을 찾아내고 그 작용기작을 규명한 고려대 생명과학과 안지훈 교수(安芝薰, 48세)를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4월 수상자로 선정하였다. 

안 교수는 대기온도 변화를 감지해 식물의 개화시기를 조절하는 기온 변화 대응 유전자를 찾아낸 업적을 인정받았다. 

온도계 단백질의 작용기작이 밝혀짐에 따라 온난화 등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연구나 유용작물의 생산성 향상 연구 등에 실마리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온내성이나 저온순응 같이 극단적인 온도 조건에서의 연구는 있었지만 대기온도의 미세한 변화에 따른 개화시기 조절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안 교수 연구팀은 SVP*와 FLM*이라는 단백질이 복합체를 이뤄 대기온도 변화를 감지한다는 것을 규명해냈다. 이들 복합체 형성여부가 기온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기온변화에 의한 개화시기 조절이 이뤄진다.
 * SVP(Short Vegetative Phase),  FLM(Flowering Locus M) : 표적 유전자의 정보를 읽어 RNA를 만드는 과정인 전사를 조절하는 전사인자로 서로 결합하여 단백질 복합체를 만든다. FT, TSF, SOC1과 같은 개화 관련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한다.

FLM 유전자는 기온변화에 따라 RNA로 전사되는 양이 조절되는 한편 SVP 유전자는 온도가 높아지면 단백질이 프로테아좀*에서 활발히 분해되면서 복합체 형성이 저해된다.
 * 프로테아좀(proteasome) : 기능을 다하거나 잘못 만들어진 단백질 등 세포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단백질을 분해하는 세포내 소기구

대기온도에 의한 식물 개화시기 조절 기전을 규명한 것으로 향후 기후변화 영향평가를 위한 식물생장 예측 모델링 연구 등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 교수는 그간 사이언스(Science)와 유전자와 발달(Genes and Development)등 정상급 국제저널에 50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4,100여회 피인용되는 등 활발한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은 산?학?연에 종사하는 연구개발 인력 중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사람을 발굴·포상하여 과학기술자의 사기진작 및 대국민 과학기술 마인드를 확산하고자 1997년 4월부터 시상해오고 있으며, 매월 1명씩 선정하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과 상금을 수여하고 있다.

2014년도 4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자 연구개발 이야기

해마다 벚꽃이 피는 시기는 조금씩 달라진다. 우리가 봄이라고 인지할 정도로 기온이 높아지는 시기가 매년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벚꽃은 어떻게 이처럼 주변 온도를 인지할까.
비밀은 식물에 존재하는 두 개의 단백질 FLM과 SVP가 결합해 복합체를 이루느냐에 달려 있다. 고려대 안지훈 교수는 이처럼 식물에 온도계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찾아낸 공로로 2014년 4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식물의 온도계 단백질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식물의 생장을 조절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결국 식물을 주위 환경 모니터링을 위한 센서로 활용하는 한편 봄철 한파나 이상고온 등 갑작스런 기온변화에 따른 유용작물의 생산량 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연구 등에도 활용할 수 있어 지난해 9월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안 교수 연구팀의 연구결과*가 특히 주목받는다. 
( 논문명 : Regulation of Temperature-Responsive Flowering by MADS-Box Transcription Factor Repressors. )
연구팀은 57종의 애기장대*를 16℃와 23℃에서 생장시키고 언제 꽃이 피는지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20℃ 이하로 낮아지면 FLM이라는 단백질이 SVP와 복합체를 이뤄 개화를 앞당기는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해 꽃이 늦게 핀다는 것을 알아냈다.
 * 애기장대(Arabidopsis) : 유전체의 크기가 작고 유전정보가 모두 해독돼 형질전환이 쉽고, 생장주기가 6주에 불과해 식물연구에 많이 활용되는 모델 식물체
FLM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 FLM은 개화를 앞당기는 유전자들이 RNA를 만드는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FLM 단백질이 연구팀이 이전에 대기온도변화 조절에 관여한다고 보고한 SVP라는 단백질과 복합체를 이루는지 여부에 따라 개화시기가 조절된다는 것이다.
실제 온도가 낮아지면 꽃이 늦게 피는 정상 애기장대와 달리 FLM이나 SVP 유전자에 이상이 생긴 돌연변이 애기장대의 경우 온도가 높아져도 빨리 꽃이 피지 않고 온도가 낮아져도 꽃 피는 시기가 늦어지지 않는 등 온도변화에도 불구하고 개화시기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온도가 높아지면 SVP 단백질이 세포내 쓰레기 처리장인 프로테아좀*에서 빠르게 분해되면서 FLM과 복합체를 이루지 못해 꽃이 빨리 피게 되는 것을 알아냈다.
 * 프로테아좀(proteasome) : 기능을 다하거나 잘못 만들어진 단백질 등 세포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단백질을 분해하는 세포내 소기구
한편 연구팀은 이외에도 대기온도 변화를 인지하는 마이크로 RNA를 규명하는 등 식물 대기온도 감응 분야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2014년도 4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자 미니 인터뷰

안지훈 교수는 2008년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에 도전했다가 수상하지 못했던 기억 때문에 이번 수상이 더욱 기쁘고 감사하다고 한다. 식물이 대기온도 변화를 감지해 개화시기를 조절하는데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내고 그 기능을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생명체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를 알아채고 적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처럼 보입니다. 환경요인 중 빛, 온도, 공기 등이 주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온도는 특히 계절의 변화와 맞물려 늘 변하기 때문에 특히 중요 합니다”

꽃을 피우는 고등식물의 경우 온도의 변화에 따라서 개화시기를 유연하게 조절하는데 예를 들어 온도가 낮아지면 자손을 남기기에 적당한 환경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자신의 생활사를 연장하는 쪽으로, 곧 개화를 늦추는 방향으로 생장한다는 것이다.

“저의 연구팀은 SVP와 FLM이라고 하는 단백질이 서로 결합하여 복합체를 이루고 이 복합체의 형성여부가 기온 변화 감지의 센서 역할을 하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복합체가 많아지면 식물체는 현재 기온이 낮다고 느끼고, 복합체의 양이 줄어들면 현재 기온이 높다고 느낀다는 것입니다” 

안 교수는 지구 온난화에 의해 야기되는 악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생물학적인 방법을 찾고자 온도계 단백질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환경친화적이며 저비용/고효율적인 방법은 광합성입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산소를 만들어내는 반응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기온의 급격한 변화는 광합성 효율을 감소시킵니다. 다량 축적된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 할 광합성 반응이 오히려 감소하게 되니 악순환의 연속이 되는 것입니다. ”

상대적으로 극단적인 온도(예를 들어, 어는 점 부근의 온도나 매우 더운 온도)에 대한 연구결과는 있었지만 대기온도와 비슷한 영역에서 기온변화를 인지하는 온도계 단백질을 찾아낸 것은 안 교수 연구팀이 처음이다. 

“기온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작물, 화훼 등의 생산에 이용될 수 있습니다.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늘 일정한 시기에 피는 벚꽃도 생각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벚꽃 축제를 항상 일정한 날짜에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연구는 머리만 쓸 것 같지만 안 교수는 어떤 때는 내가 연구를 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단순한 일을 하기도 한다고 소개한다.

“어찌보면 단순한 일인데 모여서 대단한 결과를 만들어 내지요. 미국 솔크 연구소에서 개화시기 조절 유전자를 연구하면서 통계를 얻기 위해 애기장대 잎 5만장을 세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나 싶기도 합니다.”

또 한번은 생체시계 연구를 위해 새벽 4시에 암실에서 실험하다 실수로 액체질소를 바지에 엎지른 적도 있다. 실험을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허둥지둥 실험을 마치고 나와 다리가 얼지 않은 것에 안도한 적도 있다.
 
이런 안 교수가 존경하는 과학자는 제임스 왓슨과 함께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이다. 안 교수가 솔크 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던 당시 연구소의 부소장으로 있었다.

“제 책상에서 불과 10여 미터 떨어져 있던 곳이 그 분의 지정 주차공간이었으니 거의 매일 뵌 셈이죠. 일흔이 넘으셨는데도 연구실에 나오셔서 연구하시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렇게 후대 과학자에게 감명을 줄 수 있는 과학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안 교수의 취미는 자전거 타기다. 예전에는 마라톤을 했는데 요즘은 접이식 자전거를 구입해 시간 나면 밖으로 나간다.

“가끔은 자전거로 출퇴근도 하지요. 잘 타지는 못하지만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돌아다니는 것이 즐겁습니다. 그런데 요새 미세먼지나 황사 때문에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날이 적어서 아쉽습니다. 그 외 쉬는 시간이 생기면 책 읽기, 동호회활동, 인터넷 서핑을 합니다.”

2014년도 4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자 최근 연구성과 관련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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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온도에 따른 SVP 단백질 양의 변화
A) FLM 유전자와 SVP 유전자의 RNA 발현 양. 온도가 높아지면 FLM(오렌지색)의 RNA 발현은 감소하지만, SVP(파란색)의 RNA발현은 거의 변화가 없다.

B) 온도에 따른 SVP 단백질 양의 변화. SVP 단백질은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6시간 이후부터 급격히 감소함(-MG132). 하지만 26S 프로테아좀 경로를 억제하는 화합물 MG132를 처리하면, 온도가 높아져도 SVP 단백질 양이 줄어들지 않음. 아래 Tubulin은 대조군으로 사용한 단백질.

C) 온도에 따른 SVP-FLM-β 단백질 양의 변화.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SVP-FLM 단백질 복합체의 양이 점점 감소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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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대기온도에 의한 식물 개화시기 조절 기작 모식도
(왼 쪽) 온도가 낮아지면 FLM-β 전사체의 양이 증가하여 FLM-β 단백질의 양이 증가함. FLM-β 단백질과 SVP 단백질이 결합한 단백질 복합체가 많이 형성되고 이들이 하위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여 결과적으로 개화가 억제된다.
(오른쪽) 온도가 높아지면, FLM-β 전사체의 양이 감소하여 FLM-β 단백질의 양이 감소함. SVP 단백질은 온도가 높아지면 빠르게 분해되어 두 단백질간의 복합체가 줄어들어 하위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지 못하고 그 결과로 개화가 빨라진다.

 
정보출처 : BRIC 바이오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