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학생회에서 진행했던 '생명과학부 교수님 인터뷰 시리즈'중 세번째 고영규 교수님 편입니다.

이 행사를 진행한 학생회 여러분 수고했습니다.
 

<2012 생명과학부 세 번째 교수님 인터뷰 : 고영규 교수님>


- 일시 : 2012년 5월 10일

  • 참가 : 박희웅 정혜진 박지우 김용철 정찬우 윤도하 강동우 오종민



생명과학부 그 세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고영규 교수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이번 인터뷰는 학생들의 고민상담이 주된 내용이 되었는데요^^; 질문과 답이 조금 길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Q : 교수님께서 다시 대학시절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으신 일이 있으신가요?


A : 만약 내가 대학생활을 다시 한다면 첫 번째로 연애를 하고 싶고, 두 번째는 전 세계로 배낭여행을 가고 싶어. 우리 때는 그런 생각도 못했지 아예 배낭여행 자체가 없었거든.



Q : 교수님의 현재 목표는 무엇입니까?


A : 지금 당장의 목표는 내가 준비하는 논문이 잘 되는 거야. 또 내가 짓고 있는 학문적 집을 완성하는 게 가장 큰 꿈이지. 내가 나름대로 구상한 사이언스라는 집이 있는 데, 이 집의 뼈대는 세웠어. 앞으로 대학원생과 함께 이 집을 근사하게 장식하는 일이 남은 거지.^^ 



Q : 저는 의전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그 길이 점점 좁아지는 기분이 들면서 생각이 많아져요. 주위에선 달리고 있는데 저 혼자서만 걷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A : 젊었을 때는 그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지. 나도 그랬으니깐. 

 양희은씨 노래 가사 중에 나에게 만약에 청춘이 되돌려진다면 돌아가고 싶냐는 물음이 나와. 근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 왜냐하면 이십대는 항상 불안하잖아. 젊을 때는 모든 사람들이 다 불안한 거야. 그렇지? 지금은 준비단계니까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없는 거야. 그게 너만 겪고 있는 현상이 아니라는 거지. 지구상의 모든 청춘이 겪는 거야. 



Q : 저는 원래 의전 때문에 여기에(생명과학부) 왔는데 요즘에는 대학원에도 관심이 가요. 그런데 대학원을 가면 박사과정이 끝날 때 까지는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수단도 없고 너무 오래 걸리니 좀 불안해요.


A : BK11이라는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박사과정 마칠 때 까지는 자기 돈이 안 들어가. 돈은 못 벌지만 최소한 등록금은 나오고, 생활비도 약간 나와. 그 과정을 4~5년 동안 하고 Post-Doc을 하면 제대로 돈을 받아. 이정도면 나쁘지 않잖아? 석 박사 통합과정 해서 육년, 길면 한 팔년까지도 가. 짧으면 사년이고. 


 나도 삼십년 전에 너희와 똑같은 위치였어. 근데 그 당시 과학자를 굉장히 폼 나는 직업이라 생각했던 거야. 의사보다. 내가 대학교 들어갈 때는 당시 최고의 점수가 의대가 아닌 물리학과, 미생물학과였어. 이제 세월이 흘러가면서 IMF를 겪고, 어느 순간부터 부모님이 안정적인 직장을 찾으라고 얘기하는 거야. 그러다보니 세상이 그쪽으로 돌아서는 거고. 


 사실 나는 동네 의사들 그렇게 해피하게 보이진 않아. 너희들이 의치전 가면 폼나게 어디 일류병원의 의사가 되어서 진료할 것 같지? 그러지 못해. 대부분 동네 병원 의사가 되어 진료하는 게 다야. 문제는 이 동네병원 일이 너희들이 생각하는 생명을 다루는 일이 아니라는 거고. 


 너희들이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건 대부분 너희들이 진짜 의사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잖아. 돈 때문에, 또한 그 직업이 가지는 안정성 때문에 의사를 지망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봐. 근데 봐봐, 불안정하다는 건 젊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감정이야. 자기가 성장하려 하면 그 불안감을 딛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거야 . 동네 의사나 약사라는 직업을 선호하는 건은 자기 꿈을 파는 일일수도 있어. 너희들의 꿈을 안정성에 팔아버리는 거야 .  


 이러한 현상은 너희 세대만의 잘못은 아니야. 우리 세대의 잘못도 있어. 여러분 세대가 다 의치전, 약전으로 가게 되면 우리나라 발전은 어떻게 될까. 여러분이 젊은 날의 꿈을 다 팔아 먹은 상화에서. 젊은 사람들이 가진 이러한 문제들은 비단 고대 생명과학부 만의 문제가 아니야. 우리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란 말이야. 젊고 똘똘한 애들이 꿈을 팔아먹어 버렸거든. 그렇다면 너희들 세대에 희망이 남아 있을까? 


 직업만족도를 조사한 데이터에 의사가 직업만족도가 높더냐? 완전 낮지. 돈은 많이 버는데 왜 완전 낮지?


(학생 : 즐길 시간이 없어서...?)


 아니야, 남의 콧구멍을 후비기 때문이야. (웃음) 그거 굉장히 중요한 거야. 내가 탐나는 직업이라는 건, 내가 이걸 했을 때 세상의 발전을 할 수 있겠다는 걸 의미해. 꼭 그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이 일을 했을 때 ‘뭔가 다른 사람들한테 도움이 된다‘ 는 생각이 드는 일이야. 너희들은 생명과학부를 나왔기 때문에 너희들이 원하면 교수나 연구원을 선택할 수 있어. 그랬을 때 내가 교수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연구원이 될 수 있을까? 라는 불안감이 엄습해오지? 아까 말했듯이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그러한 불안감은 모든 인류가 갖고 있는 불안감이야. 

 너희들은 확률이 더 높은 사람들이야. 왜냐하면 너희들은 원래 똘똘하기 때문에. 하지만 너희들이 ‘아마 교수가 되기 어려울 거야...’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안한 거야. 이러한 생각에 대해 나도 뭐라 할 수는 없는 게, 우리 때는 석사만 마쳐도 교수가 되는 사람을 봤기 때문에 교수 되는 것이 어렵게 보이지 않았었어. 근데 어느 순간부터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논문으로 장착을 해야 되는 세상이 되었지.

 

 하지만 너희들은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그러니까 자신감을 가지면 돼. 지금 너네 중에는 대학원을 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잖아. 너희들이 나중에 한 삼십대 후반이 되면 교수를 뽑아야 되는데 사람이 없는 거야. 그런 현상이 분명히 생겨. 사람이 없어. 사람이 없으면 그 자릴 누가 채우지? 그래서 너희들이 대학원 가서 공부하는 게 별로 불리한 싸움이 아니라는 거야. 내가 제안을 할게. 한 일 년 정도 실험을 하다보면 자기가 사이언스를 해야 될지 안해야 될지 판가름이 날 수 있어. 자기가 그럭저럭 평균 이상이 된다고 생각하면은 사이언스를 계속 해도 될 거 같아. 그런데 영 손도 안 따라오고 공부도 안 되고 그러면 포기하는 게 낫겠지. 



Q : 교수님께선 대학원 진학을 권하시고 계시는데 교수님의 솔직한 입장으로 대학원에 대한 단점은 없나요?


A : 대학원의 단점은 불안감이지. 장래에 대한 불안감. 근데 그건 어떤 일을 하던지 다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근데 그건 자기가 1~2년 정도 실험을 하다 보면 자신의 능력을 알 수 있을 거야. 너희들이 공부를 잘하는 거 하고 실험을 잘하는 건 다른 문제야. 실험을 잘하는 것과 공부를 잘하는 것에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어. 학점을 잘 받는 것과 실제로 애들이 내실 있게 공부하는 것에도 굉장히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지?


 학부 때 학점하고 상관없이 열심히 공부하는 애들은 대학원가서 효과가 있을 거야. 원리를 따지는 애들 있잖아. 너희들이 이렇게 진짜 공부를 하려면 꼼꼼하게 책을 읽어가면서 의문을 품고, 그 의문에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서 생각하는 게 중요해. 지식이 중요하다는 거야. 


 아까 말했듯이 내가 생각하는 대학원의 단점은 불안함 말고는 없어. 근데 그건 무슨 직장이든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너희들의 생각이 좀 많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Q : 그렇다면 교수님께서는 ‘아, 내가 이 길을 가야겠다!’ 라고 마음먹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있으세요?


A : 나는 원래 대학교 올 때부터 공부하기를 생각했기 때문에 큰 터닝 포인트는 없었어. 자연스럽게 흘러간 거지. 원래는 물리학과를 꿈꿨는데 물리학과에 진학하지 못했고, 캠벨 Biology를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쭉 읽으면서 생물학 쪽으로 빠져들게 됐어. 너희들에게 방학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거든? 그 때 어떤 책을 정해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보는 게 굉장히 중요해. 많은 내용이 담겨 있는 일반생물학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래.



Q : 결국 두려움을 갖지 말고 한군데서 하다보면 자기 길이 정해진다는 말씀이신가요?


A : 두려움을 안 가질 수는 없지. 불안하니까. 그냥 성실하게 열심히 잘~ 하는 게 중요해.^^ 방학 때는 책을 3권정도 정해놓고 도서관가서 여러 번 읽어 봐봐. 그게 다 대학원 갔을 때 지식의 폭이 넓어지게 되는 계기가 돼. 그리고 영어는 꾸준히 준비를 해놓고! 나중에 너희들이 대학원 들어간다고 하면 그냥 흐름에 맡길 바래. 가장 중요한건 호기심. 세상에 대한 호기심, 사이언스에 대한 호기심이야



Q :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교수님께 많은 얘기를 듣고 배웠는데요, 교수님들이랑 비공식적으로 이런 자리를 가질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나요?


A : 너희들이 5-6명 그룹으로 지도교수님께 찾아가서 "교수님 술한잔 사주세요~ 커피한잔 사주세요~" 하면은 교수님들은 좋아해. 그렇지 않겠니? ^^


바쁘신 중에도 시간을 내 인터뷰에 참여해 주신 고영규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