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생명과학부 네 번째 교수님 인터뷰 : 송현규 교수님>
- 일시 : 2012년 5월 17일
- 참가 : 김민성 박재민 박희웅 손수훈 김영원 박지원 이동은 이정연 최창근
생명과학부 그 네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송현규 교수님입니다. 어느 때보다 1학년 계열학부생들의 참여가 많았던 인터뷰였는데요, 교수님께서 사주신 맛있는 갈비와 함께했던 인터뷰 내용, 지금부터 여러분들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Q : 인터뷰 때마다 꼭 드리는 질문입니다^^ 교수님께서는 혹시 대학 때로 돌아간다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A : 몇 가지가 있긴 있는데...사실은 난 진한 연애 이런 걸 해본 적이 없어. 영화나 이런 거 보면 그런 건 젊었을 때 특권인데 말야. 또 한 가지는 내가 음악을 되게 좋아하는데, remix 같은 걸 해 보고 싶었어. 그런데 지금 뭐 그런 걸 어디로 배우러 다니기도 그렇고...젊으면 그런 걸 좀 해보고 싶어.
Q : 교수님께선 언제 어떤 계기로 연구를 하겠다고 결정하셨어요?
A : 다른 교수님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우리 학교 다닐 땐 사실 다른 길이 별로 없었어. 지금은 뭐 의,치학 전문대학원에 가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길이 있잖아. 그런데 우리 때 보면 특별히 다른 길 생각을 별로 안하고 대부분 학생들이 대학원을 갔던 것 같아. 나 같은 경우는 아버지가 교수라서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계속 하는 게 나의 길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
Q : 연구자라는 직업이 가지는 좋은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 교수도 그렇고, scientist들을 보면 되게 보람 있을 때가 많아. 남들은 모르는 걸 나만 알게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거든. 나는 단백질 구조를 연구하는데, x선 조사를 해서 계산하고 전자밀도를 얻어낸 후에 model building을 하고 나면 지구상에 인간 중에서 이 단백질 구조는 내가 처음 보게 된 거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 그런 것에 대해 희열을 느끼지.
또 교수나 연구직은 굉장히 flexible한 직업이야. 처음에 일 배울 때는 시간에 쫓기지만, 나중에 어느 정도 적응해서 자기가 실험을 managing 할 수 있게 된 후엔 자기가 원하면 밤늦게까지 실험할 수도 있고 아침에 다른 일 생기면 그 일 처리하고 출근해도 돼. 내 스케줄을 내가 관리할 수 있다는 거지.
또 한 가지는 science를 할 때, 내가 우리나라를 위해서 연구를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될 때가 많아. 우리가 다른 나라 논문을 보면서 '이 나라는 잘 사니까 이런 일까지 했네.' 이런 걸 느낄 때가 되게 많은데, 반대로 우리가 좋은 논문 쓰면 선진국 사람들이 보고 '한국이란 나라에서 이런 것도 했네.' 라고 생각하겠지? 연구가 국위선양을 실천하는 일이기도 하기에 우리는 이 필드에서는 내가 국가대표라는 사명과 자긍심을 가지고 연구에 임하지.
Q : 교수님께서는 어떤 과정을 통해 교수라는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나요?
A :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와 대학원에 들어갔는데 이 길이 적성에도 맞았고 지도교수님하고 사이도 좋아서 석사과정을 갔다가 박사과정을 계속 했어. 박사과정 들어가고 나서는 전문연구요원시험을 패스해서 군대를 안 갔지. 그러니까 그냥 학부4년, 석사2년, 박사4년, 독일에 2년, 미국에 2년 있다가 한국에 들어온 거니까 사실은 다른 데로 눈을 돌린 적이 없어서 다른 학생들이 진로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할 때 다양한 예를 들며 어드바이스를 해주는데 한계가 있긴 해.
Q : 대학원에 들어갈 때 전공 선택은 얼마나 중요하며, 우리나라에서는 그 일련의 과정들이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A : 내가 생각하기엔 대학원에서 전공을 정하는 게 학부 때 전공을 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같아. 일차적으로는 대학원을 갈지 의,치학 전문 대학원을 갈지 또는 변리사를 할지 정하지만, 대학원을 간다고 정했을 때는 실험실을 자기가 정해야 되잖아. 뭘 전공할 것인가. 외부적으로는 '생명공학대학원을 간다' 라고 했을 때 전공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쪽 필드에 있는 사람들한테 있어서는 '어느 실험실에 갔냐.' 에 따라 인생이 확확 바뀌는 경우가 되게 많아.
학부생은 그냥 자기가 수업 열심히 듣고 공부를 잘 하면 되는 거야. 외부의 영향을 잘 안 받지. 그런데 대학원부터는 준 사회생활이거든. 공부는 잘 했지만 대학원에 와서 적응을 잘 못 하는 애들이 있어. 왜냐하면 실험 같은 거 배우는데 필요한 모든 지식을 자기 혼자서 알아서 다 습득 할 수가 없거든. 선배하고 관계도 좋아야 하고 지도교수하고 궁합도 잘 맞아야 되고. 이런 여러 가지 factor가 있어서 결국은 굉장히 똑똑해 보이는 앤데 자기가 공부하는 길을 안가고 그냥 그만두는 애들이 꽤 있어. 막연히 공부는 더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뭘 해야할 지 잘 모르겠으니까 그냥 딴 길을 가는 경우가 많지.
외국에서는 대부분 대학원에 일단 입학을 한 다음에 수업을 들으면서 어떤 랩들이 있나 한번 살펴본 후에 자기가 갈 곳을 정해. 일반적으로 좋은 대학들에 좋은 실험실이 많으니까 좋은 대학을 가려고 하겠지?. 그런데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대학교의 대학원들은 그런 시스템이 아니야. 교수하고 먼저 컨택이 돼서 그 랩에 간다고 해야 대학원에 입학이 되고, 뭐 그런 식이야. 나는 이러한 방식이 되게 안 좋은 것 같아.
내가 여러 교수님들한테도 얘기했는데, 대학원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실험실을 정하지 말고 그냥 들어오도록 해서 랩 로테이션을 하다가 실험실을 결정하면 더 좋을 것 같아. 이 랩이 좋은 것는 것 같고, 선배하고 사이도 별로 안 좋고...그럴 수도 있잖아. 이런 상황엔 다른 걸 할 기회가 만들어져야하는데 우리는 그런 기회가 별로 없어서 그만 둬야 되는 상황이 굉장히 많아. 그런 게 무서워서 대학원을 아예 안 가는 애들도 많고.
그래서 몇 번 얘기를 했는데 간단하지가 않더라고. 특히 석사만 하는 경우는 lab 로테이션 몇 년 하다가 졸업논문을 써야 되는데 어떡해. 석박통합과정으로 들어온 애들은 최소한 실험실을 조금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하자고 자꾸 얘기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더라고.
요즘은 학문들이 융합되어야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아. 예를 들어 세포생물학하고 신경생물학처럼 조금 달라 보이는 두 분야를 다 잘 알아야 잘 되는 경우가 많은 거야. 교수들도 마찬가지야. 나도 biochemistry만 했지 cell culture 이런 건 안 해봤거든. 근데 학생들이 졸업논문실험하면서 세포생물학 하는 랩에서 일 년 하다가 우리 방에 들어오면 연구를 보는 폭도 조금 넓어지는 것 같고 훨씬 좋은 것 같더라고. 근데 근시안적으로는 많은 교수님들이 돈하고 노력을 다 들였는데 다른 실험실로 가버린다고 싫어하는 것 때문에, 사실 더 중요한 것을 잃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되게 많아. 언젠가는 우리도 그런 제도를 정착시켜야 돼. 워크샵 한다고 3~4일 정도 다른 랩에 들어간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적어도 한 달 정도는 해 보도록.
아까 학생들 입장에서 말한 것과 반대로, 교수 입장에서도 똑같아. 어떤 학생은 나랑 안 맞아 지도하기가 힘들 때도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제자인데 쫓아낼 수도 없고...가끔은 고통스러운 경우가 있거든. 하지만 랩 로테이션 제도가 있으면 랩에 들어오기 전에 싸인을 해 줘야 되니까 그 때 다시 정할 수 있는 거야. 해 봤는데 너랑은 실험을 못하겠다. 다른 랩을 찾아봐라...그럼 그 학생입장에서도 큰 데미지 안 받고 다른 전공으로 바꿀 수 있는 거고, 교수입장에서도 자기가 마음에 드는 학생들과 연구를 할 수도 있겠지? 여러모로 그런 제도가 좀 필요한 것 같아.
Q : 한국에서의 연구 환경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른 나라의 연구 환경과 관련해 부러운 점이라던가, 한국에서 연구하는 것에 대한 향후전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A : 내가 이것에 대해 어쩌면 다른 교수님들보다 대답을 더 잘할 수 있을지도 몰라. 왜냐하면 난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했기에 20년쯤 전의 한국의 연구 환경을 잘 알고, 독일에서도 연구를 몇 년 했기 때문에 독일의 환경에 대해서도, 미국에서도 몇 년 있었기 때문에 미국의 환경에 대해서도 좀 알아. 또, 우리 실험실은 일본에 가서 며칠씩, 일 년에 몇 번씩 가서 실험하는데 내가 학생 때부터 그래왔기에 일본의 연구 환경에 대해서도 조금 알아서 비교를 좀 더 객관적으로 할 수 있을 거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가 내가 학생 때는 환경이 굉장히 열악했지. 연구비 규모 같은 게 차이가 많이 나니까. 물가차이가 많이 났기에 시약 같은 것을 외국에서 다 수입해서 써서, 걔네 입장에서는 별로 비싸지 않은 것들이 우리에겐 되게 비쌌어. 결국은 그걸 노동력으로 다 때우고 그랬지. 지금은 사실 그렇지는 않아. 연구 환경은 학교마다 안 좋은 곳도 있고 좋은 곳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선진국이랑 그렇게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
물론 실험실마다 편차가 크긴 해. 우리도 보면 어떤 실험실은 되게 여유롭게 비싼 거 막 주문하고 쓰고 어떤 실험실은 아닌 것처럼, 선진국도 실험실마다 차이가 많이 나. 어떤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돈이 많은 실험실하고 적은 실험실하고의 편차가 서양 실험실의 편차에 비해 적은 것 같아. 미국 같은 경우 자본주의가 극도로 발달해서 좋은 실험실은 엄청나게 좋고 안 좋은 실험실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안 좋아. 미국에서 공부하는 학생이나 포스닥 중에 내가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가 외국에 유학까지 와가지고 이렇게 가난한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있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어. 거기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랑 시스템 자체가 다르거든. 우리나라는 교수도 그렇고 교사도 그렇고 학생 가르치는 것 때문에 월급을 계속 받잖아. 그런데 미국은 방학 때는 월급이 안 나와. 교수들도 많은 사립대학들은 방학 때 월급은 자기 연구비로 해. 연구비 못 따면 자기 월급이 깎이는 거지.
우리는 그렇지가 않아. 연구비는 엑스트라야. 여기 문제점 중에 하나가 그거잖아. 연구 안 해도 개인적으로는 잘 먹고 잘 살거든. 그러니까 연구를 슬렁슬렁 하는 사람들도 많은 거야. 그런데 서양은 안 그래. 자기가 연구 못해서 연구비 못 따면 공간을 바로 줄여버리지. 우리는 잘나가는 실험실 있으면 빌려다가 쓰고 같이 잘 먹고 잘살자 하는데, 서양은 close 하는 랩도 있어. 정말로 극과 극을 달리지?
또 우리 정부가 과학, 이공계 쪽 연구에는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야. 미국은 요즘 연구비사정이 굉장히 안 좋아서, 거기에 있는 연구원들이 survive하기 어려워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 요즘 한국에선 랩마다 좀 다르긴 해도 대학원생 등록금도 다 대주고 생활비도 다 대 주거든. 받아서 흥청망청 쓸 정도는 아니지만, 그냥 싱글로 살면서 문화생활 할 정도는 충분히 돼.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재료비 사기도 바빴기 때문에 학생들 돈 대주고 그럴 여력이 없었는데, 그때에 비하면 훨씬 좋아졌지.
90년대 중반쯤 되면서 부터 우리나라가 연구비에 많이 투자하기 시작했어. 맨 처음 시작할 때 g7프로젝트 같은 거 만들어 가면서 말야. 내 지도 교수님께서 그때 정말 희망이 많이 보였다고, 그런 이야길 많이 하셨었어. 이 추세로 가면 자기가 정년퇴임할 때쯤 되면 선진국을 다 따라잡을 것 같았대. 근데 이제 거기에 찬 물을 끼얹게 된 게, 연구비는 많이 받았는데 제일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겨버린 거야.
그래도 요즘 1,2년 사이에 점점 대학원 오는 비중이 늘어난 것 같기도 해.
Q : 생명과학부 학생들에게 항상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혹시 1학년 계열학부생, 혹은 생명과학부 학부생들이나 학생회에게 바라시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겠어요?
A : 생명과학부 정도의 규모가 되면, 학생회한테 얘기를 하거나 일부 학생들한테 뭔가를 얘기했을 때 우리 교수들은 학생 전체한테 그 정보가 다 전달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참 많아. 몇 명 알고 끝이야. 분명히 이 얘기를 학부 전체에게 전달하라고 한 건데 또 다른 사람한테 얘기해야 하고, 또 다른 학년한테 얘기하고 해야 되는 경우가 참 많더라고.
학생들도 그럴 거야. 이 교수님께 말씀드리면 학교에서 다 알아서 해 줄 줄 알았는데, 다른 교수님들은 전혀 모르고 있고...이렇게 학부생들과 교수들 사이에 소통이 잘 안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그런 걸 어떻게 극복을 잘 해야 될 것 같은데, 나도 어떻게 해야 될 많이 마련하면 나아지겠지?
또 내가 생명과학부 학생들을 보면 드는 생각 중 하나가, 우리 학부 졸업생들이 나아가서 전문분야에서 top 레벨이 되는 사람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너무 노력을 안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 대학원생들도 그렇고. 건방져지라는 건 아니지만, 자기 마음속으로는 내가 최고가 돼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ambition이 있는 학생들이 많았으면 좋겠어. 내가 일학년 화학문제를 풀어오라고 하면 애들이 되게 안 좋아하는데, 정말로 우리보다 서열이 사회적으로 좀 낮다고 생각되는 경쟁대학들은 우리보다 더 빡세게 가르치고 학생들도 훨씬 더 열심히 공부해. 앞으로는 생명과학부의 많은 학생들이 이 필드에서 제일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ambition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했으면 좋겠어.
바쁘신 중에도 시간을 내 인터뷰에 참여해 주신 송현규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